
괴물이야. 너도, 나도.


초
미
래
급
기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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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자
26
Female
187 / 63
Rh-AB
0324
U.K
N
N
★★★★★

성격

¹ 느끼는 감정과 겉으로 보이는 감정이 동시에 아주 제한적이었다. 기대를 하지 않으니 실망도 하지 않았고, 기대가 없으니 기쁨도 없었으며, 기대가 없으니 슬픔도 없고, 기대가 없으니 분노도... 라니에는 감정의 정의를 이해했을 때, 스스로를 결여자로 정의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라니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였다.
²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라니에에게 중요하게 작용하지는 않았으나,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세상과의 단절을 이야기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고 한들 사랑을 아는 범재를 이길 수는 없다고, 라니에는 자신보다 못한 자들이 인간의 감정에 무너져가는 것에 오히려 흥미를 얻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감정이고 죽이는 것 또한 감정이며 통제시키는 것 또한 감정이고...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느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³ 말해봐. 뭐가 당신을 잠 못 이루게 하는지. 어떤 죄, 어떤 후회인지.
| 한강, 바람이 분다, 가라
*⁴ 반면에, N은 본체인 라니에와는 반대로 그 어떤 사람보다도 인간적인 성격. 기쁨, 슬픔, 분노, 행복이 비현실적으로 뚜렷한... 그야말로 온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인간이 된다면 필시 그일 것이라는ㅡ 감정 자체를 인간으로 만들어 낸 것 같은 사람이다. 인간으로 반으로 나눈다면 반은 무감정인 라니에, 반은 과대감정인 그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사람 좋게 웃을 줄 알았고 사랑스러웠으며 화도 잘 냈고 울기도 잘 울었다. 사람을 사랑했고 쉽게 연민을 느꼈다. 풍부한 감정. 라니에가 찾아 헤메던 존재야말로 바로 그가 틀림 없었다. 그의 존재가 라니에의 모든 것을 부정했다.
특징

가치관
비윤리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더 뛰어난 세상과 발전을 위해서라면 뛰어나지 않은 한낱 인간 따위는 희생되어도 좋다, 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움직였다. 인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사랑을 모르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자신의 손으로 죽였던 박사님ㅡ그는 라니에가 살면서 본 가장 뛰어난 인재였다ㅡ이 죽음 이후로도 두고두고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이 사고는 확실하게 라니에의 무의식에 틀어박혔다. 실제로도 꽤나 여럿이 라니에의 연구에 희생당했지만, 본인은 그를 기억하지도 기억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사명?
인류를 위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겉보기엔 훌륭한 사명이나 결국엔 라니에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자신이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더 나은 세상에서야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감정이 전해지고, 나은 세상으로 향한 절망의 길에서야 사람들의 불행이라는 감정이 전해질 테니 세상을 위하는 것 뿐이었다. 라니에는 꽤 이기적이어서, 자신의 성취를 위해서라면 세상 따위 어떻게 되든 좋다는 사고가 있었다. 목적에 필요 없다면 곧바로 저버릴 사명이었다.
기록
파티를 참석한 이유는 각 분야의 천재들인 초미래급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파티 자체에는 큰 흥미가 없었으나,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접하며 살아온 자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건 꽤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라니에가 초미래급을 보고 기록한 모든 것들은 그들의 감정선과 감정에 의한 행동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인격
라니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 두번째 인격이 생겨났다. 라니에보다는 훨씬 사람 좋고 사랑을 알고 기쁨과 슬픔을 아는,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인격이었다. 처음 이 인격의 발현에 라니에는 드디어 자신의 연구가 빛을 봤다고 기뻐하였지만, 이내 무수히 많이 흘러들어오는 감정들의 무게와 좌절감, 희망, 절망에 허우적대다 결국 스스로 이 인격을 기억 속에서 지워내버리고 말았다.
...라고, 라니에는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정식 이름조차 붙지 않은 인격은 사라지지 않은 채로 라니에의 정신 안에 숨겨져서, 라니에의 감정이 고조될 만한 상황에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라니에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으며, 잠이 들거나 N이 만족할 때까지 인격이 유지되었다. 스스로는 무명의 noname에서 N을 따 본인을 N이라고 소개하지만 누구보다도 라니에의 흉내를 잘 해냈기에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 전까지 둘을 구분하는 것은 아주 어려웠다.
N은 라니에의 기억을 공유하지만, 라니에는 N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ㅡ스스로를 대상으로 한ㅡ에 파고들 수가 없었다. N은 라니에가 냉정에 치우쳐 지나치게 선을 넘지 않게 곁에서 도우면서도, 라니에의 모든 위법적 행위와 비인도적인 행위들을 눈감아줬다. 누구보다도 타인의 아픔을 잘 알던 N은 오래 고군분투하던 라니에가 감정을 알았으면 했다. N은 라니에를 동정했고 라니에는 N을 지독히 여겼다.
과거사

¹ 이유도 시기도 기억지 않았다. 라니에가 그 시절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고아원에서 생활했었던 것과, 당시에도 자신이 누구보다도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었던 것. 또래의 그 누구와 견주어도 지지 않을 영민함이 있었다는 것만큼은 기억한다. 그 영민함으로 인해 그를 만났으니까.
이름은 레아 레타도. 라니에가 유일하게 존경하던 사람이자 세기의 천재. 정기적으로 고아원을 후원하던 그는 어느날 우연히 방문했던 날에 라니에를 만났고, 그의 영특함을 높게 사 라니에를 가족으로서 입양했다. 라니에에서 라니에 레타도가 되던 날 만큼은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다소 급작스러운 변화였으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도, 처음 자신에게 주어졌던 것들도. 기억하기엔 구차한 기억이었으나 처음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쉽게 잊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² 레아 레타도는 모든 사람이 혀를 내두르는 천재 공학자였다. 한번 절망한 인류 속에서도 살아남았으며, 희망을 싹 틔워냈고, 희망을 위해 사는 아주 자비로운 사람이었다. 초미래급의 호칭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그 이름을 유지한 것만으로도 그 명성을 알 수 있다. 희망차고 사랑스럽고 당찬 사람. 그야말로 세상을 사랑하는 자였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는 자이기도 했고. 소중한 대우를 받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라니에 역시 그를 존경했다. 어디에서나 자신보다 잘난 자를 만나보지 못했던 라니에가 처음 느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 대한 감정이었다. 레아 레타도에게 다방면에서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흥미를 가지는 분야, 직업, 성격과 외관 모두 레아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그를 죽이는 순간까지도 그를 렘 박사님, 이라고 부르던 게 그 증거였다.
비슷한 외모, 비슷한 재능, 비슷한 야망. 뛰어난 열정 덕에 라니에는 자라면서 빠르게 레아의 업적을 따라잡았다. 열넷 즈음에는 직접 박사님의 연구를 도울 정도였으니, 그 천재성은 가히 그를 뛰어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만, 당시의 라니에는 자신을 이끌 사람이 필요했고 레아는 자신을 도울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을 함구했다. 적어도 라니에가 레아를 죽이기 전까지는.
³ 다소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레아와 함께 연구하여 출시를 일주일 앞둔 안드로이드의 개발자 명에 자신의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고 잠시 이성이 끊겼던 탓이었다. 박사가 젊은 천재인 자신을 시기해 자신의 이름을 빼고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무렵 당시의 레아는 어딘가 이상했다. 꼭, 정신이 나가고... 절망을 앞두고 있는 사람처럼. 늘 희망과 행복을 띄고 있던 얼굴에서 찾아낸 절망은 아주 낯설고 외딴 것이었고, 그 절망이 젊은 천재에 의한 지위의 박탈이라는 믿음에 라니에는 단 한점의 망설임도 없었다.
라니에는 렘 박사만을 알았다. 라니에는 레아 레타도를 몰랐다.
이끌 사람이 필요한 시기가 지났던 라니에는 제출하기 전의 안드로이드를 등에 업고, 자신의 믿음 만큼 한 점 의심 없이 레아가 자고 있던 연구실에 불을 질렀다. 연구원들을 대피시키면서 박사님은 구하지 못했다, 고 말하는 얼굴에 한 점 눈물이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라니에가 불을 질렀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의 팔에 안긴 안드로이드와 강한 기름 냄새, 조금의 구김도 없는 말끔한 얼굴... 라니에 레타도가 레아 레타도를 죽였다.
몇몇은 레아를 능가하는 천재인 라니에의 총괄 하에 따랐고, 몇몇은 비인륜적인 소장 밑에서 일할 수 없다며 연구소를 떠났다. 라니에는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지 않았다. 남은 이들을 모아 다시끔 연구를 계속해 나갔다.
⁴ 새 연구소에 틀어박혀 박사의 유작을 손보고 그를 출시하게 된 시기, 열여섯에 라니에는 레아 레타도를 잇는 초미래급 기계공학자로 거듭났다. 당시 출시한 안드로이드의 이름은 '렘'. 레아 박사의 애칭과 외관, 성격을 그대로 따 만든 안드로이드였다. 박사가 죽은 이후로는 렘의 모티브가 자신이었다고 발표하며 머리색을 박사와 비슷하게 염색했지만, 그 인간미 넘치는 성격과 씀씀이 좋은 말씨, 행복을 찾아 떠나는 가치관은 결코 레나에의 것이 아니었다. 라니에가 흉내낼 수 없는 레아의 태가 남아 있었다.
렘의 1차 개발 목적 및 연구내용은,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가 인간처럼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알기 위하여.
2차 개발 이유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하여.
3차 개발 이유는, 스스로 행복과 사랑을 느끼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하여.
최종 개발 이유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판단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기 위하여. 아울러 `인간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하여.
/레나에의 기록 中
⁵ 비록 첫 작은 라니에와 박사의 공동 작품이었으나, 이후 출시한 안드로이드들은 박사의 역량을 뛰어넘는 것들이었음이 분명하다. 박사는 구상에서 그치고 실현하지 못한 것들을 라니에는 실현시켰다. 인간의 감정에 의존하고 성선설을 믿던 레아로서는 결코 해내지 못할 일들을 감정 없는 라니에야말로 실현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하나의 감정이 없거나 결여된 안드로이드가 아닌 '온전히 인간과도 같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냈던 그날 밤. 라니에는 미쳐버렸고 또 다른 인격이 생겨났다. ...
...
두번째 인격이 날뛴 동안의 기억은 라니에에게 남아있지 않다. 확실한 것은, 라니에는 그때 어떠한 사건에 대해 대단한 좌절감과 절망을 맛보았고, 온전히 미쳐버리기 전 그 인격을 지워내버렸다는 것. 이제는 자신이 어떤 이유로 당시의 기억을 잃었는지도 모르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쩔 수 없이 깊숙한 절망을 느끼는 때에는 어김없이 그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었다. 정신을 잃고 한참 뒤 깨어나는 날들. 처음에는 당혹스러운 일들에 당황했으나 갈수록 그에 무뎌지며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한번 정신을 잃을 때마다 연구가 진척되어 있다는 것과, 그 연구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들로 이루어진... 마치, 레아 레타도의 것과 정확히 같은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감정을 이해한 기록, 그것을 라니에는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여지껏 레아의 흔적들을 조금씩 고쳐 자신의 것으로 덧입혔던 날들 마냥.
레아의 초기 구상 없이 자신(그리고 그의 다른 인격이) 이 온전히 홀로 만들어낸 그 안드로이드를 시동했을 때, 라니에는 인간의 감정이 미치는 힘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일종의 불가항력이었다.
⁶ 물론 라니에는 그 이후로도, 지난 10년간 그 누구보다도 월등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내며 자리를 지켜내었고 세상의 희망에 이바지하였다. 수십, 수백개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통찰하는 그는 마치 기계의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며 세상이 그로 인해 무너지고 일어나는 과정들을 적어나가는, 그 눈들로 세상을 내다보는 라니에는 언제나 관찰자의 입장에 있었다.
라니에 레타도는, 이야기에 개입할 틈을 찾는 기록자였다.
소지품

⁵ 연구소의 기록일지
정신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