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꽤나 오래전, 세키가하라 가(家)는 세계 제일의 경영가문이 아니었다. 여전히 가문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있던 것과 매우 뛰어난 경영인이 속해있는 것은 맞았으나, 세키가하라와 동등한 위치에 있었던 또다른 경영가문, 테치가와라 가(家) 때문에 그리 큰 빛을 발휘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허나 가문의 제 1대 경영인이었던 세키가하라 슈헤이는 하늘아래 최고의 경영인이 둘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그들을 뛰어넘어선 정상이 되어야 한다고, 그리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때문에 슈헤이는 비겁한 수를 써 테치가와라 가(家)에 대한 논란을 일으켜, 이미지를 실추시키며 그들 가문을 완전히 몰락시켰다. 테치가와라 가(家)는 자신들을 몰락시킨 자들이 세키가하라 가(家)라는 것을 잘 알고있었으나, 그를 증명할 수 있는 물질적인 증거는 무슨 수를 써도 발견할 수 없었기에 결국 세간에는 알리지 못하고 경영가문인 테치가와라 가(家)는 세상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그 덕분에 슈헤이는 세상에서 제일 존경받는, 뛰어난 경영인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고, 세키가하라 가(家) 또한 세계제일의 경영가문이 될 수 있었다.

 

#01. 꽤나 긴 시간이 흘러 슈헤이는 죽게 되고, 그의 아들 유토에게서 아들 한 명이 태어난다. 이 아이의 이름은 세키가하라 하즈키였다.

 

#02. 하즈키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굉장히 약했다.  태어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이가 툭하면 토혈을 했고, 잔병치레가 잦았으며, 집이 아닌 병원에서 밤을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03. 그러던 어느날 부득이한 이유로 하즈키가 홀로 병원 밖을 나섰을 때,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인하여 길거리에서 쓰러지게 되었다. 워낙 인적이 드문 거리였기에 그런 곳에서 쓰러진 아이가 발견되기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으나, 운이 좋게도 하즈키는 지나가던 어린 아이에게 발견되어 무사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04. 놀랍게도 하즈키를 구한 것은 테치가와라 나기사라는 테치가와라 가(家)의 아이였다. 하즈키의 아버지 유토는 혹시 테치가와라 가(家)

에서 흘러들어온 스파이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 생각은 지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나기사는 이미 테치가와라 가(家)에서 버려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된 유토는 과거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테치가와라 가에 대한 의리로, (아들 유토 역시 자신의 아버지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기사라는 아이를 거둬주기로 했다.

 

#05. 그날 이후 하즈키와 나기사는 누구보다 가깝게 지냈다. 나기사는 자신들을 거둬준 자들에 대한 의리인 건지 그 가문의 집사가 되었고, 하즈키의 소꿉친구 겸 전속 집사 일을 맡게된다.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와 뛰어난 두뇌회전을 가지고 있던 나기사는 결국 단시간만에 세키가하라 가(家)의 확실한 믿음을 얻었다. (후에 하즈키의 시한부 사실을 전해줄 정도로 말이다.)

 

#06. 재능이 있던 건 하즈키도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매우 영리하고 믿음직한 아이였기 때문에 경영의 후계자 자리를 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건강이 조금 문제가 되긴 하였지만, 그 단점을 덮을 이유를 필사적으로 찾을 정도로 마냥 썩히기엔 아까운 재능이었다.

 

#07. 허나 일은 터지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인해 하즈키는 병원에 실려가 정밀검사를 받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이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싫어 이 사실은 아버지 유토와 하즈키 본인에게만 알려두기로 했다.

 

#08. 아들이 죽는 건 굉장히 괴로운 일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새로운 후계자를 급히 찾아야 했다. 허나 세카가하라 가문에 있는 수많은 손자들을 후계자로 세우기엔 너무 어리고, 욕심이 많고, 영악하고, 믿음직하지 않았다.

 

#09. 긴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은 가문의 절대적인 믿음을 받고 있던 테치가와라 나기사였다. 자신의 가문이 아닌 다른 이를 가문의 정상으로 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를 들은 나기사와 하즈키는 모두 동의를 했고, 결국 유토는 하즈키가 죽게 될 경우, 이름의 성을 세키가하라로 바꾸는 조건으로 모든 상속과 재산을 나기사에게 넘기겠다는 서약을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