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에 관한 묘사가 있습니다. <

 

1.

" 인어공주는 자신의 목소리를 희생하는 대신 인간처럼 두 다리가 생겼습니다. "

　

일본의 아주 작은 섬 '미즈시마'에서 마린은 태어났습니다. 그 섬은 아주 작고, 옛날 시골의 풍경을 지금까지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외부와의 소통도 거의 없고, 가끔 섬을 오가는 배가 전부인 곳이었죠. 섬은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외부의 것을 배척하며, 전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아주 작은 그 섬에서, 마린은 자랐습니다. 물론 작은 섬이지만 마린은 부족한 것 없이 자랐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사랑하는 집이 있었으니까요. 특히 이란성 쌍둥이 남동생 '미즈나라 아오이'는 마린을 잘 따랐습니다. 노래 부르고 춤추기를 좋아하는 마린의 첫 번째 팬이었죠. 작은 섬의 지루함도 서로가 있다면 잊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미즈시마' 섬은 최근까지도 어업을 주로 삼는 곳이었습니다. 그것 외에는 거의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바다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바다를 신처럼 모셔왔을 정도죠. 마을에는 바다를 위한 사당이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바다의 노여움을 사지 않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미즈시마의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바다를 숭배하는 교육을 받았기에, 바다를 신으로 모시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바다는 대부분 고요하지만, 노여우실 때가 있다.' 그것은 하나의 전설처럼 내려져 오는 말이었습니다. 미즈시마 섬에는 몇 년을 주기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한 커다란 태풍과 비바람, 높은 파도가 찾아들곤 했습니다. 심할 때면 몇 달 동안이나 바다에 나갈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되었죠. 물론 태풍과 파도로 인해서 목숨을 잃는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배가 부서져, 엄청난 피해를 주는 그야말로 미즈시마섬에 찾아오는 '재앙'이었습니다. 재앙을 막는 방법은 옛 전설에 따르자면 '제물'을 바치는 것이었죠. 그 제물이라는 것은 당연히 사람이었습니다.

　

2.

" 다리가 생긴 인어공주는, 왕자와 다시 만나서 얼마간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

　

어느 순간부터 그 재앙이 미즈시마 섬에 찾아왔습니다. 상황은 엄청나게 심각했습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비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높은 파도가 계속 되었습니다. 강한 바람에 항구에 세워둔 배들은 망가졌고, 사람들의 예민함은 극에 달했습니다. 계속 이런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은 바다가 노한 원인을 외부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미즈나라 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다의 허락도 없이 외부인이 섬에 찾아와서 바다가 화난 것이다, 라고 말이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었던 사람들은 그 분노의 화살을 미즈나라 가족에게 돌렸습니다.

　

사람들은 미즈나라 가족을 제물로 삼기로 자기들끼리 결정했고, 모두가 잠들어있던 늦은 시각, 마을 사람들은 미즈나라 가족의 집을 급습해서 납치했습니다. 그러고는 제대로 된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로 바다에 던졌습니다. 밤바다는 차갑고, 보이는 것 하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빠지지 않으려고 팔을 휘적여보았지만, 더 깊숙이 가라앉을 뿐이었습니다. 거친 바다에 휩쓸려 그렇게 마린은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 배 위였습니다. 마린을 발견한 지나가는 선박이 마린을 구해준 것이었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찾을 수 없었다는 소리를 듣고, 마린은 커다란 절망에 빠졌습니다. 하루 아침에 영문도 모른 체, 모든 것을 잃어야 했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분노, 더 없는 절망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마린은 다시 미즈시마 섬으로 돌아갔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사람들에게 복수하리라.

　

마린은 마을에 숨어들었습니다. 마을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여느 때와 똑같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마린은 마을에 불을 질렀습니다. 마을은 불길로 물들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섬의 끝자락에서 마린은 그것을 바라보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섬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모든 현실에서 눈을 돌렸습니다. 가족들이 바다에 가라앉은 것도, 모든 것을 잃은 것도, 한 구석에 가둬두고 자신의 시간을 멈췄습니다.

　

가족들은 인어공주가 되어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마린은 자신이 좋아했던 동화, 인어공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3.

" 사랑하는 왕자를 죽일 수 없었던 인어공주는 스스로 뛰어들었습니다. "

　

섬을 빠져나온 마린은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곤 도시에서 살아갔습니다. 마린은 길거리 캐스팅으로 지금과 같은 아이돌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마린은 자신이 좀 더 반짝이는 사람이 된다면, 멋진 왕자님 같은 사람이 된다면 인어공주가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을까, 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빛나는 스타가 되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알고 있어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런 현실은 버틸 수 없이 괴로우니까, 고개를 돌려버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