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야 내가 너를 먹어치울 테니까.


초
미
래
급
로냐
셀레스테
★
25
Female
166 / 55
Rh+AB
1030
Spain
Ronya Celeste
저주술사

초미래급 저주술사

저주詛呪 ::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고 바람. 또는 그렇게 하여서 일어난 재앙 혹은 불행.
저주술사란 그렇게 타인을 저주하고 재앙이 불어닥치게 하는 주술만을 전문으로 시도하는 자를 일컫는다. 미신이나 오컬트 나부랭이로 여기며 저주라는 현상을 믿지 않는 자들은 수두룩하지만 뿌리 깊게 한이 서린 재능은 믿음과 신념을 압도하는 법. 로냐 셀레스테는 제 한 몸을 불살라 남을 저주하고 그 결과로써 저주한 대상을 끔찍한 재앙의 구렁텅이로 여럿 빠트렸다.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았지만 저주의 매개체는 그녀가 애지중지하며 정성껏 다룬 보석과 액세서리 등이 주가 되었다.
만약 괴담이나 오컬트 찌라시, 으시시한 실화 등을 주의깊게 찾아보는 성격이라면 인터넷에서 몇 번인가 봤을 것이다. '저주받은 목걸이' , '사람 피를 갈구하는 다이아몬드' , '소유자가 죽는 불길한 팔찌' ... 그 이야기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지 전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사실은 그 소문들이 무조건 100%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강력한 저주술이 걸린 보석들은 구매자의 손으로 넘어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소유주들을 침식했고 그들에게 불행을 불러오거나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제작자는 물론 그 일류의 초미래급 주얼리 디자이너ㅡ 이자 증오와 원망을 담아 보석에 저주를 걸어놓은 저주술사, 로냐 셀레스테. 형용할 수 없는 재능과 힘으로 십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불특정 다수를 그렇게 저주해 왔다.
처음은 단순히 자신의 운명에 관한 비관과 한탄이었다. 한탄은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간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원망은 분노로, 분노는 증오로 켜켜이 쌓여갔다. 날이 갈수록 사라지긴 커녕 점점 커져버린 증오는 곧 재능이 되어 로냐의 손끝에서 그녀가 만든 액세서리에 스며들었고 항상 누군가에게 불운을 불러온다. 원래 액세서리에 저주를 담을 의도까진 없었던 로냐는 액세서리의 소유자들이 이러저러 사건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단순한 우연이라 생각했으나, 우연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정확하게 일어났고 그 때 증오하면 증오할 수록 타인에게 거대한 저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신의 재능을 자각한다. 그러나 로냐는 그것을 큰일이라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이렇게라도 원망스러운 세상에 조금이나마 복수할 수 있는 자신의 재능에 기뻐했다.
그 후부터는 아예 보석을 다듬고 액세서리를 만들 때 자신의 피 등을 매개체로 사용하여 본격적으로 더욱 깊은 저주를 걸곤 했다. 저주의 종류도 가리지 않았고 효과가 미미하면 바로 다른 위험한 주술을 걸었다. 검증되었느냐 아니냐는 상관없었다. 로냐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불행하게 만들 힘이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에겐 재능이 있었다. 이미 존재하는 주술, 직접 고안해 낸 주술을 가리지 않았으며 저주는 한에 의해 날로 강화되었다. 그녀의 저주로 인해 이유도 모르고 불행을 얻게 되는 사람들 또한 점점 늘어났다. 로냐는 어느 새 '저주' 라는 설명하지 못할 기이한 현상을 높은 확률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마녀이자, 현존하는 저주술의 방법에 통달한 존재가 되었다. 가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술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만큼.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저주 또한 사람의 미래를 바꾸고,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현상. 그녀가 자랑하는 재능인 저주로 악을 징벌하고 절망을 저주하기라도 바랐던 것일까, 로냐에겐 또 하나의 칭호가 내려진다. 초미래급 저주술사. 그녀의 또 다른 이면이었다.
성격

증오심 / 분노 / 원한
" 이 세상 전부를 증오해. 이 우주 전부를 미워해. "
뭘 믿는 건지 모를 자신감, 세상 앞에 가슴 펴고 설 수 있는 당당함,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아 나아가는 사람. ...전부 거짓말이다. 그녀에게는 당당함도 없고 다시 일어나서 걸을 용기도 없다. 포기는 옛날 옛적에 한 지 오래. 사람을 속이는 가식의 가면을 쓴 채로 살아오고 있는 인간일 뿐. 속내는 이미 새까맣게 타 문드러져 있으며 그 안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 증오, 원망... 부정적인 감정만이 가득한 존재. 희망을 가질 시기의 로냐에게 세상은 너무 혹독했고 어린 로냐는 그 증오를 켜켜이 쌓아 세상 모든 것을 미워하는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굳이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더라도, 아무 죄가 없다 해도. 로냐는 미워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고 그 화살은 세상에게 돌아갔다.
특징

쇼핑이 취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쇼핑할 때 구매하는 것이 액세서리 제작을 위한 주얼리나 새 옷, 신발이라고 생각했다면, 유감. 그녀가 쇼핑하며 구매하는 것은 대부분 저주를 걸 때 필요한 주술용품이다. 부적, 인형, 상자, 책.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정말 효험이 있어 보인다면 닥치는 대로 사들이며 진품이라면 주얼리에 저주를 거는 데 응용하고 엉터리 물품이라면 바로 내다버린다. 쇼핑할 때 한 번도 누군가를 동반하지 않은 이유가 이것. 그 셀레스테 가문의 가주 로냐 셀레스테가! 초미래급의 주얼리 디자이너가 재래시장에서 저주인형이나 부적 따위를 샀다고 떠벌려진다면 분명 누군가 자신의 비밀을 눈치채고 자신의 저주는 더 이상 세상을 떠돌지 못하게 될 것이다. 판단력 좋은 로냐는 그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고 저주를 걸 때 필요한 물건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입수했다. 겉으로는 옷과 가방, 보석 따위를 구매한다 둘러대면서.
부모님은 열두 살 때 화재로 돌아가셨고 집은 전소되었다. 때문에 불에 심한 트라우마가 있으며 로냐의 '불' 에 대한 공포는 가스레인지조차 켜지 못해 인덕션만 겨우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평소 드러내지 않아 알기 어렵지만 등허리와 발바닥에는 옅게 화상 흔적이 남아있다.
처음 주얼리에 저주를 걸었을 때는 저주를 걸었다는 자각도 없었으나 자신의 액세서리를 손에 넣은 사람들에게 악재가 여럿 겹친다는 사실을 눈치채곤 더욱 전문적으로 주술을 걸기 시작했다. 부적, 책, 주문, 민간신앙을 가리지 않았고 어릴 적 화재 사건 때 로냐가 대피했던 창고는 집이 어설프게나마 재건된 후부터 저주술에 필요한 용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다.
직접 만든 액세서리뿐만이 아니라 손이 닿는 모든 물건에 저주를 걸 수 있지만 저주의 효력은 직접 만든 액세서리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한다. 액세서리 (주얼리) 는 로냐의 분신이나 다름없으며, 로냐가 가장 제 힘을 잘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익숙한 매개체이기 때문.
영국에 있는 외가와 절연한 이유는 그녀의 이모에게 크게 배신당하고 짓밟혔기 때문이다. 어린 로냐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로냐의 이모는 너그럽게 받아들여주는 척 하다가 로냐를 배신하고 오로지 가문의 재산만을 탈취해 돌아갔다. 로냐가 사과를 받고 빼앗긴 걸 다시 가져오려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로냐의 이모는 악인이었고 어른은 간사한 법. 결국 로냐는 사과도 돌려받는 것도 포기한 채 그저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외가와 절연하는 선택밖에 할 수 없었다. 물론 로냐가 가장 저주를 퍼부은 대상은 이모지만, 로냐의 저주는 직접 만든 주얼리를 소유하고 있거나 로냐와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으면 거의 효과가 없었고 이미 절연한 상태에서 바다 건너의 이모에게 저주가 담긴 주얼리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장 벌을 받아야 할 이모는 정작 아무렇지도 않은데 애꿏은 사람들만 주얼리를 소지하고 저주를 받은 케이스.
처음 로냐의 액세서리를 손에 넣으면 지각을 한다. 차에 펑크가 난다. 길을 가다가 쓰레기를 밟는다. 식의 별 볼일 없는 불운이 일어난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돈이나 아주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게 되고, 부주의한 탓에 다쳐 피를 보게 되는 식의 조금 더 커진 불운이 일어난다. 우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렇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악에 다다른 저주는 그야말로 재앙을 불러온다. 집에 도둑이나 강도가 들고,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는 등 슬픔을 일으키는 비극이. 로냐가 만든 주얼리에는 '저주의 총량' 이 정해져있으며 로냐가 필사를 다해 걸어놓은 저주의 효력이 명을 다하면 그 때부터는 차츰 불운이 약해지고 평범한 액세서리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그 주얼리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저주가 힘을 잃을 때까지만 버틴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애초 액세서리에 저주가 걸려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도 없지만.
과거사

" 행복해질 만한 조건을 줬으면 조금이라도 행복을 누리게 놔뒀어야지... "
로냐 셀레스테는 주술이 특기였지만 신을 믿지 않는 존재였다. 신이 있다면, 무고한 어린 아이를 이렇게까지 불행으로 내몰지는 않았으리라.
로냐는 스페인 내에서 공예를 업으로 삼은 가문, 셀레스테 가의 외동딸로 태어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비록 엄청나게 유서 깊고 명망 있는 귀족가문은 아니었지만 손에서 손으로 대를 이어 내려온 각종 공예기술을 구경하는 것은 어린 로냐에게 큰 즐거움이었고, 멋들어진 가구나 유리 세공품 사이를 활보하며 놀던 로냐는 부모님을 졸라 어린 나이부터 디자인이나 세공 등 공예기술을 배웠다. 늘 활기차고 철없는 면이 있었던 어머니는 죽이 잘 맞는 친구 같았고, 장난스러운 어머니와 로냐를 말리면서도 결국은 웃고 마는 아버지는 누구보다 자상하며 인자한 분이었다. 아주 완벽한 가족이었다.
로냐의 불행은 열두 살부터 시작됐다. 담배를 피우며 작업하던 아버지가 잠시 재떨이에 올려놓은 담뱃불을 잊어버렸고 그 담뱃불 탓에 집 안에 화재가 발생한다. 불은 삽시간에 거대한 저택을 송두리째 집어삼켰으며 발을 동동 구르던 로냐의 어머니는 차마 불길에 휩싸인 문으로 딸을 내보낼 수 없어 작업공구만 가득 쌓아놓은 창고에 로냐를 들여보내 문을 닫았다. 혼자 비좁은 창고에 갇힌 로냐는 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뜨거운 열기가 사라질 때까지 덜덜 떨고 있어야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먼 곳에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열기가 잦아들었을 즈음 문을 열자, 이미 창고 외엔 전부 잿더미가 되어 가라앉아 있었다. 집도, 무수한 공예품도,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도.
그나마 유해로라도 돌아온 것은 아버지뿐이었고, 어머니의 유해는 집의 잔해에 깔려 파묻힌 것으로 추정되어 도저히 꺼낼 수가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슬픈데 사랑하는 부모님을 온전히 모셔드릴 수조차 없다니.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으나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쥐고 있던, 셀레스테 가문 가주의 증표. 실링 스탬프를 유품으로 돌려받은 로냐는 지금 이 슬픔 또한 지나가리라 여기고 꿋꿋이 이겨낼 것을 결심한다. 나는 이제 가문의 가주고, 의지할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강해지자. 강하게 살아가자. 고작 열 두 살의 소녀가 한 결심이라기엔 너무나도 무거운 마음가짐이었다.
불행 중 천만다행으로 로냐에겐 막대한 보험금과 재산이 상속되었다. 어머니의 몫, 아버지의 몫,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 안의 몫... 비록 시간이야 오래 걸리겠지만 저택을 짓고 공예를 다시 시작해 가문을 재건할 수 있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금액. 로냐는 어리긴 했지만 침착하고 영리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갔다. 셀레스테 가문을 상징하는 것은 공예. 내가 가장 잘 하던 일도 공예... 그렇다면, 다시 공예를 하자.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로냐는 취미로만 틈틈히 해왔던 주얼리 디자인과 액세서리 제작을 이 때부터 전문적으로 시작했다. 학습의 바탕은 부모님이 살아생전 알려주신 노하우와 기술이 되었고 로냐는 자신이 끌어다 쓸 수 있는 지식과 기법, 아이디어는 전부 끌어다 썼다. 위태롭게 휘청이긴 했지만 잿더미 속에서 그렇게 가느다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원상복구되고 로냐도 해피엔딩을 맞았으면 무엇도 바랄 것이 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제아무리 영특하고 침착하다 해 봤자 고작 열 세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모든 것을 부담하고 짊어지며 나아가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기에 곧 한계에 부딪힌 로냐는 '도움을 줄 사람' 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옆에서 조언을 주고 도와줄 어른이 필요해. 이왕이면 내 얘기도 들어줬으면 좋겠고. 힘들었구나, 물어봐줬으면 좋겠고... 고민하던 로냐는 어머니가 영국인이었다는 사실과 영국의 외가를 생각해낸다. 그녀의 외가는 셀레스테 가문과 비슷하게 각종 예술을 업으로 삼고 예술가를 다수 배출한 가문이었는데, 셀레스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유서 깊고 드높은 명성을 지녔으며 매우 부유한 귀족 가문이었다. 영국 내에서도 큰 힘을 쥐고 있을 만한, 그런 위치. 비록 어머니가 어머니의 친가와 연락하거나 다녀오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어머니를 잃은 조카나 손녀딸을 내치지는 않으리라. 로냐는 그런 믿음을 품고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향했다.
로냐는 외가로 가 자신의 이모 되는 사람과 그의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는다. '나는 스페인에 사는 당신들의 조카딸인데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며, 돈은 있지만 집 안을 다시 일으켜 세울 방도를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자신은 끝마쳐야 할 공부도 있으니 부디 괜찮다면 도움을 달라' 라는 부탁과 함께.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우는 어머니의 마음가짐이었을까, 로냐의 이모는 잠시 생각하다 선뜻 로냐를 도와주겠노라 말하고 함께 스페인으로 건너간다. 부모님의 사망 이후 처음으로 든든한 아군이 생긴 기분이었다.
어른은 믿을 수 없는 사람들뿐이었어. 그 사실을 진작 깨달았어야 했는데...
로냐는 자상하고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오랜만에 생긴 쉼터인 이모에게 참 많이 의지했다.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미술을 전공했던 이모에게 가르침도 받았으며 떄로는 마음 속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옛 상처가 슬슬 아물려고 할 때 즈음, 새로운 비수가 다시금 로냐의 상처를 후벼파는 일이 생겼다. 늘 상냥하고 자애로웠던 로냐의 이모가 그녀를 배신하고 가차없이 짓밟아버린 것.
로냐의 이모는 처음부터 로냐가 상속받은 막대한 재산과 보험금이 목적이었다. 이미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모든 걸 다 누리고 있었지만 탐욕스러웠던 이모는 그 정도에서 만족하지 못했고 마침 돈 많은 조카가 찾아오자 어리숙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아이를 등쳐먹어 재산을 빼앗을 계획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상냥하고 다정한 태도는 처음부터 모두 연기. 인자한 모습으로 마음을 열게 만든 후 로냐가 차츰 의지하자 바로 내버리고 재산의 대부분을 빼돌려 가차없이 혼자만 영국으로 돌아가버린 비겁자였다. 뒤늦게 이모의 속셈을 전부 알아차린 로냐는 그제야 잃은 것을 되찾고 이모의 악행을 만천하에 밝히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로냐의 이모가 있는 바이올렛 가(家) 는 셀레스테 가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위상과 힘을 지니고 있었으며 동화 속에서 나온 귀족 같은, 뼛속부터 차원이 다른 태생. 한낱 몇 세대 동안 공예로만 풀칠하고 살던 작은 가문인 데다 모든 걸 잃고 어린 소녀 혼자 남은 셀레스테는 바이올렛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로냐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도, 부모님도, 그나마 있던 재산도 잃었고 이모의 가문에 완전히 짓밟혀 피해망상에 빠진 탓에 헛소리를 지껄이며 누명을 씌우려 한다는 불명예스러운 소문만 따라붙었다. 싸움은 원래 힘 있는 자가 이기는 거랬던가. 자세한 내막을 일지 못하는 일반인들 또한 바이올렛 가문이 퍼트린 소문만 믿고 로냐와 셀레스테 가문을 욕하면서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이 년 동안 모든 풍파란 풍파를 다 겪고 가진 것을 전부 잃어버린 로냐는 그 누구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 세상에게 분노를 느낀다.
이 세상 전부를 증오해. 이 세상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을 원망해.
도움이 절실할 때 내게 손을 내밀어준 건 아무도 없었어. 모두가 고통받았으면 좋겠어.
다행히 로냐에게 쏟아지는 욕설과 관심은 곧 식어버렸지만 그 무관심이 아이에게 안정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로냐는 깊은 분노에 휩싸여 있었으며 어떻게든 아득바득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의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재산인, 주얼리 디자인과 제작에 악착같이 매진하고 있었으나 그 손길 하나하나에는 저주와 증오가 가득 담겨 있었다. 대회에서 받는 수상경력으로 실적과 커리어를 만들려 애쓰던 로냐에게 어느 날, 한 영화사에서 협찬 제의가 들어온다. '디자인 실력을 눈여겨 보고 있었으니, 영화에 출연할 배우가 착용할 액세서리를 만들어 달라' 는 제의. 눈여겨 보고 있었으면 좀 더 일찍 찾아오시지 그랬나? 내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노리고 온 거지? 로냐는 속으로 비웃었지만, 큰 기회임은 사실이었기에 군말없이 제안을 받아들여 악의가 넘치도록 담긴 액세서리를 완성해낸다.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로열티를 받은 그녀는 그제서야 계속 휘청이던 집안과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되었다.
"그 뉴스 봤어요? 세상에, OO 배우가 있잖아요. 작년 유명한 영화에 나왔던 상 받은 배우요. 글쎄, 교통사고로 얼굴을 다쳤다지 뭐예요?"
"쯧쯧, 이제 막 꽃필 시기였는데... 그런 불행이 또 없지."
없긴 왜 없어. 우편함에서 세계정부의 '초미래급 칭호 제의' 편지를 꺼내고 있던 17세의 로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에 비릿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소지품

여러가지 저주가 적힌 장서, 실링 세트 (스탬프, 왁스)